E급 판정 하나로 최강자 소리를 듣던 통역사가, 하룻밤 사이에 사기꾼이 됩니다. 21화는 그 다음 날입니다. 새 영상을 찍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영상이, 자막만 바뀐 채 그대로 그를 고발합니다.
무너지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 작품이 그 하루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은 여론을 뒤집을 한 방부터 찾지 않습니다. 대신 그날치 장부를 적습니다. 잃은 것과, 그래도 남은 것을. 아래는 21화 속 두 장면입니다. 단골 국밥집 앞을 지나며 본 것, 그리고 조사동에서 그가 일어서며 남기는 말입니다.
━ 21화 발췌 ━
여론은 물처럼 방향을 틀었다. 몇 달 동안 나를 영웅으로 만든 이야기들이, 결론만 뒤집힌 채 일제히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늘 가던 국밥집 앞을 지났다. 영등포 이후로 사장이 내 사진을 인화해 계산대 옆에 걸어 두었었다. '우리 단골, 몬스터 통역사'라고 삐뚤삐뚤 매직으로 써 붙이고.
유리문 너머로, 사장이 그 액자를 벽에서 떼는 게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사장은 액자를 뒤집어 계산대 밑에 넣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욕을 하지도, 문을 열고 뭐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님이 줄면 곤란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 내가 사기꾼이면, 저 액자를 건 사장이 바보가 되니까. 사람은 자기가 바보가 되는 쪽보다는, 남이 사기꾼인 쪽을 믿고 싶어 한다.
나는 그 국밥집을 그날부로 끊었다. 다시 가는 게 사장한테 못 할 짓 같았다.
다만 하나는 봤다. 사장은 액자를 쓰레기통이 아니라 계산대 밑에 넣었다.
버리는 손과 넣어 두는 손은 다른 손이다. 나는 무너지는 하루의 장부에 그 손 하나를 수확으로 적어 두었다.
━ 같은 화, 조사동 ━
"할 말 없습니까." 가운데 앉은 자가 물었다.
"있습니다." 나는 일어섰다. "물건은 거짓말을 못 합니다. 사람만 합니다. 지금 이 방에도 거짓말 못 하는 게 여럿 있고요." 나는 그 손목을 안 봤다. 안 봐도 그가 알아듣게. "내일 아침에 오시는 분들한테, 장갑 두껍게 끼고 오시라고 전해 주세요. 몸에 새긴 건, 뜯어 가려면 손이 좀 아플 겁니다."
셋 다 표정이 없었다. 나는 그 무표정으로 답을 들었다. 통역사에게 가장 정확한 답은, 상대가 굳이 짓지 않는 표정에 있었다.
━ 발췌 끝 ━
전 40화 완결작입니다. 8월 13일 완결이라, 지금 시작하면 기다림 없이 결말까지 이어집니다.
이런 분들께 권합니다. 전투력 인플레 없는 능력물이 반가운 분. 오해가 쌓여 올라가는 재미도 좋지만, 그 오해가 무너질 때 치러야 하는 값까지 보고 싶은 분. 다 잃은 자리에서 주인공이 무슨 카드를 쥐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분.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 전 40화 완결
1화부터 차례로 읽으셔도 되고, 이 하루가 궁금하시면 21화로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호작으로 담아 두세요. 완결작이라 끊기는 곳 없이 끝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