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5월 15일, 토요일.
오늘은 어머니가 곗돈을 타는 날입니다.
“그게 은행에서 좀 꼬였어. 내가 돈을 못 찾았지 뭐야. 월요일에 받으면 돼.”
계주 정 여사가 웃으며 말합니다.
방 안의 아주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머니는 방석 끝에 앉아 손만 모읍니다.
열세 살 아들은 압니다.
이 말을 이미 한 번 들었습니다.
지난 삶의 그 월요일, 정 여사의 집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사람을 잘못 본 자기 탓만 했고, 다음 달부터 밤마다 식당 설거지를 나갔습니다.
아이의 속은 금융감독원 조사역 16년입니다.
조사실에서 배운 첫 번째 규칙.
말보다 짐을 먼저 본다.
정 여사의 무릎 옆, 지퍼가 다 잠기지 않는 갈색 가방.
상 위에 펼쳐졌다가 3초 만에 덮인 계 장부.
그 3초 동안 아이는 이름 12개를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이, 두 번 적혀 있었습니다.
“김순자 아주머니가 누구예요?”
아이는 소리치지 않습니다.
질문 하나를 던지고, 방 안의 어른들이 스스로 장부를 펼치게 둡니다.
그리고 그 방에서, 어머니가 처음으로 그 말을 합니다.
“내 돈이에요.”
[이 작품의 재미]
- 1990년대 동네 계, 명동 증권사 객장, 손으로 쓰는 주문표. 그 시절을 지나오신 분이라면 장면마다 반가우실 겁니다.
- 주인공이 혼자 다 하지 않습니다. 계원 아주머니, 객장 안내석 누나, 어머니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판을 뒤집습니다.
- 곗돈 300만 원에서 시작해 실명제, 외환위기, 닷컴, 리먼을 지나 재벌이 되기까지. 돈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숫자로 보여 드립니다.
- 그리고 그날 계방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 지난 삶에서 주인공을 죽게 만든 돈의 주인입니다.
[연재 정보]
- 10월 16일 금요일, 1화부터 시작합니다.
- 지금 선호작을 눌러 두시면 시작하는 날 내 서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무료 연재입니다.
검색창에 ‘금감원 에이스’를 넣으시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