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음 주부터 저녁에 순댓국집 좀 나가.”
보증금이 200 모자랍니다.
지난 삶에서 그 설거지는 3년을 갔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질 때까지.
열세 살 아들이 숟가락을 내려놓습니다.
“엄마. 그 300, 나한테 맡겨.”
“뭐?”
“한 달. 두 배 가까이 만들어서 돌려줄게.”
“뭘로.”
“주식.”
주걱이 밥솥에 꽂힙니다.
“13살이 무슨 장부를 봐.”
‘보는 건 마흔여섯이에요. 입만 열세 살이지.’
증권사 4년, 금융감독원 16년.
작전 세력의 장부를 뒤지던 조사역이 1993년 반지하에서 눈을 떴습니다.
그는 그해 봄, 어느 종목이 언제 무너지는지 압니다. 그 사건의 기록을 직접 읽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조건을 겁니다.
“엄마 돈이니까 엄마가 넣어. 엄마가 모르겠으면 안 해.”
1993년 증권사 객장. 담배 냄새, 종이 냄새, 전광판의 붉은 숫자.
앞줄에는 퇴직금을 다 넣으려는 전직 은행 지점장이 앉아 있습니다.
사건 기록 맨 뒤 피해자 명단, 일곱 번째 줄에 있던 얼굴입니다.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찍습니다.
안내석 직원이 묻습니다.
“근데 학생. 이런 종목은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가 어려워. 언제 팔 건데?”
“6월 11일 금요일이요.”
“그날 언제?”
“오후 2시 10분 전에요.”
“……분까지?”
“분까지요.”
그녀는 주문표 뒷면에 적습니다.
‘6월 11일(금). 오후 2시 10분.’
“적어 둘게. 틀리면 놀려 주게.”
[이 작품의 재미]
- 예언이 아니라 기록으로 이깁니다. 작전이 어떻게 띄우고 언제 터는지, 그 사건을 조사했던 사람의 눈으로.
- 돈은 어머니 이름으로, 결정도 어머니 손으로. 앞치마를 벗게 해 주겠다는 약속에서 시작합니다.
- 곗돈 300만 원에서 실명제, 외환위기, 닷컴, 리먼을 지나 재벌이 되기까지.
- 1993년 객장과 동네 골목. 그 시절을 지나오신 분이라면 반가우실 장면이 많습니다.
[연재 정보]
- 1화부터 3화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무료 연재입니다.
- 선호작을 눌러 두시면 다음 화를 내 서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도 한 번 부탁드립니다.
검색창에 ‘금감원 에이스’를 넣으시면 나옵니다.
3화 「두 시 십 분」에서 도장이 찍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