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용서하세요."
1978년 늦가을, 국방부 정문을 빠져나오는 올리브색 지프. 사람들은 그 차를 '1호차'라 불렀습니다. 뒷좌석에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육군 중령 최병운이 앉아 있습니다.
전쟁통에 갑종간부로 임관해 월남에서 무공훈장을 달고 돌아온 사내. 하지만 아버지를 길에서 얼어 죽게 한 집이 싫어 바깥에 두 번째 가정을 꾸리고, 12·12의 밤을 지난 뒤 '품위 유지 의무' 한 줄에 군복을 벗습니다. 집도, 여자도, 군복도 잃은 그의 손에 남은 건 세 살배기 아들 하나였습니다.
이 소설은 그 아들, 종규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 꺼진 주방에서 혼자 찬 두부를 먹던 아이. 술 취한 워커 소리가 골목에서 들려오면 이불 속에서 떨던 아이. 그러면서도 매일 밤, 무서운 아빠의 큰 발 위에 제 작은 발을 몰래 포개고 잠들던 아이.
아버지는 무너진 자기 인생 대신 아들의 인생에 전부를 겁니다. 서울대 가라, 회계사 돼라, 교사 며느리 얻어라. 아들은 그 족쇄가 지긋지긋하면서도 끝내 벗어나지 못합니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한 가족의 삶으로 한국 현대사를 따라가고 싶은 분 (10·26, 12·12, IMF, 코로나, 그리고 2024년 12월의 밤까지)미워하면서도 끝내 놓지 못한 부모가 있는 분과장된 신파보다 담담한 문장에 우는 분■ 작품 속 장면들
"서운대 운동장! 대자보에 붙었어! 니 이름이 있어!" 합격 발표를 기다리지 못하고 새벽같이 달려가 명단 앞에서 펑펑 운 아버지.
'반찬 남기지 마라.' 재수생 아들의 도시락 옆에 놓인, 수능 날까지 필통 속에 있던 군대식 쪽지.
매일 밤 아홉 시, 아버지가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 아들이 거는 전화. 아들만의 '점호'.
■ 작품 정보
제목: 군인 아버지와 아들분량: 전 9화 완결
장르: 현대 가족 드라마 /크리스마스마다 머리맡에 카스텔라를 두던 사람. 술에 취해 발길질하던 사람. 가발을 쓰고 아들 결혼식에 꼿꼿이 앉아 있던 사람.
그 사람이 사라지기를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허망할까요.
완결 9화, 한 번에 정주행하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 생각나는 밤에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