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은하 제국의 절대 지존, 마이클 12세.
온 우주의 별빛이 내 발아래 엎드리고, 수천조짜리 기함 수십대로 이루어진 함대가 내 손가락 까딱이지. 한 번에 행성 단위로 먼지를 만들어버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그것이 바로 나였다. 적어도 그 '미친 억까' 덩어리인 도망자 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우주를 다스리는 황제가, 변방 은하 구석탱이에서 도망치는 꼬맹이 하나 못 잡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나는 수십 척의 정예 함대를 풀었고, 우주 전역에 천문학적인 현상금을 뿌렸으며, 은하계 최고의 킬러들을 보냈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에릭 양'이라는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뭔지, 쫓으면 쫓을수록 내 혈압만 수직 상승하게 만들었다.
낡아빠진 쓰레기 탐사선 하나 끌고 도망친 놈이, 눈 깜짝할 사이에 20만 톤급 초거대 항공모함을 뚝딱 만들어 타고 다니질 않나.
버려진 폐기물 로봇들을 주워다가 우주 최강의 기사단으로 개조해 내질 않나.
심지어 쫓기는 와중에 오지랖은 또 어찌나 넓은지, 지나가다 불쌍한 놈들 몇 번 도와줬다고 온 우주의 기인과 영웅들이 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함장님, 평생 모시겠습니다!"라며 광신도처럼 합류해 버렸다. 아니, 적당히 해야 할 것 아닌가?
내 최정예 함대가 빔을 쏘면 놈은 미꾸라지처럼 기가 막히게 빠져나가고, 내가 치밀하게 덫을 놓으면 놈은 보란 듯이 그 덫을 부숴서 자기 함선의 장갑판으로 써먹었다. 심지어 염력으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용(龍) 부인까지 얻었다고?
이건 억까다. 완벽한 우주적 억까이자 세계관의 농간이다! 나는 황제고 놈은 도망자인데, 왜 쫓는 내가 더 피가 마르고 놈의 함대는 우주의 끝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냐고! 놈이 베푸는 그 알량한 '선행' 한 번에 우주의 나비효과가 일어나 내 제국 함대가 박살이 날 때마다 나는 황제궁의 옥좌를 몇 번이나 엎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기어코 사달이 나고 말았다.
그깟 도망자 놈 하나 잡겠다고 온 우주를 쥐어짜 냈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놈이 그랑스트로우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 내 황궁의 옥좌에 떡하니 앉아있는 게 아닌가? '행운 천재 도망자' 에릭 양. 그 망할 놈이 기어이 은하 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그 위대했던 절대 권력자, 나 마이클 12세는 어떻게 되었을까?
비참하게도 나는 모든 것을 잃은 사형수가 되었다. 내가 두 눈을 멀게 했던 친동생 에스더의 뼈아픈 자비 덕분에, 딱 10년의 시한부 생명을 구걸받은 우주구급 지명수배자 '조지'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하지만 독자들아, 나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여기서 뒤로 가기를 누르지 마라. 이 위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진짜 미친 재미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크하하하! 카카카칵!
1부에서 주인공에게 억울하게 황제 자리를 뺏기고 비참한 악역으로 퇴장할 줄 알았지? 천만의 말씀!
이제부터 펼쳐질 대망의 2부, 그 진짜 주인공은 바로 나, 전직 황제 마이클 12세다!
다 가졌던 절대 악당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우주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구르는 마라맛 생존기!
화려하고 안락한 황제궁은 영원히 사라졌다. 이제 내게 남은 건 동생 부부가 옛다 하고 던져준, 뚱뚱한 멧돼지처럼 생긴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생존용 아이언워호그 전투기 1대. 그리고 50만톤짜리 선착장이 텅텅빈 우주선 '눈감보행호(더 씽)' 한 척, 내 어깨 위에서 24시간 내내 자살도 못 하게 밀착 감시하며 훈수질을 해대는 징그러운 새빨간 로봇 메뚜기 15마리 뿐이다.
내가 우주로 발을 내딛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우주 역사상 사상 최고의 현상금이 내 목에 걸렸다.
아버지를 죽였다며 복수에 미쳐버린 늙은 제독이 행성 라쿠엔의 전 재산을 털어 내 목에 현상금을 걸었고, 은하계 뒷골목의 온갖 살인 청부업자들과 현상금 사냥꾼들 두 눈에 시뻘건 하트가 켜졌다. 내 함선이 출항하자마자 수천 대의 킬러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꼴이란! 우주 전체가 나를 가두는 거대한 감옥이자 서바이벌 게임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꺾이지 않는다. 나 마이클 12세, 아니 이제는 낭만 탐험가 '조지'는 이 지옥 같은 10년의 노역을 기꺼이 씹어 먹어주마!
과거 황제 시절의 썩어빠진 오만함을 버리고 체육관 바닥에 처박혀 피눈물을 흘리며 뒹굴고, 낡은 우주선의 조종간을 직접 쥐며 우주 변방의 싸늘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짠내 나는 개과천선 우주 모험기. 쫓던 자에서 쫓기는 자로, 무자비한 폭군에서 우주의 낭만 도망자로 완벽하게 신분 세탁을 시작한다. 내 목을 노리는 킬러 놈들? 덤빌 테면 덤벼보라지. 전직 황제의 짬바가 뭔지, 우주 바닥에서 제대로 구르며 뼛속까지 털어주마.
에릭 양, 네놈이 1부에서 훔쳐 간 내 분량과 인기를 2부에서 완벽하게 씹어먹고 우주 대스타가 되어주겠다! 카카카!
뻔한 회빙환(회귀·빙의·환생) 클리셰에 지쳤는가? 그저 그런 밋밋한 사이다 전개는 이제 질렸는가?
완벽했던 악당이 모든 것을 잃고 가장 낮은 곳에서 처절하게 구르며 성장하는,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입체적인 구원 서사를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 이 장엄한 은하 제국의 서사시로 뛰어들어라.
[외은하 함대] 그랑스트로우스의 대몽상가
우주 최고의 행운아 에릭 양이 펼치는 혈압 오르는 기연 폭격과 빌드업의 1부. 그리고 우주 최악의 폭군에서 구제 불능 낭만 도망자로 전락한 내(마이클 12세)가 멱살 쥐고 하드캐리하는 대망의 2부가 지금 당신을 미친 듯이 기다리고 있다.
킬러인가? 내 목을 따서 팔자를 고치고 싶다면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 내 배에 승선하라.
경호원인가? 온 우주가 노리는 전직 황제를 지키는 10년의 미션을 완수하고 에스더 황제의 두둑한 보너스를 챙겨라.
사제인가? 나 같은 천하의 악당을 선한 인간으로 개종시키는 우주 최고의 미션에 당당히 도전해 보라.
요리사인가? 최고의 레스토랑을 5000명이 상주하는 기함에서 열어보는 것은 어떤가? 최고 용사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서 식재료를 조달하러 출격한다.
자, 우주의 끝에서 펼쳐지는 이 위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에 탑승할 준비가 되었는가?
의사인가?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 내 배에 타라.
뭐? 염소맨을 데리고 승선하겠다고? 그건 좀. 여긴 풀은 없거든. 뭐? 살아있는 나무 우주선을 타고 함대에 합류한다고? 당근 환영이지. 조인 아스.
도망치던 놈이 황제가 되고, 황제였던 놈이 도망자가 되는 이 기막힌 우주에서, 나와 함께 끝없이 구르며 낭만을 찾을 모든 꿈꾸는 몽상가들이여. 격렬하게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