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문피아”에서 TS물을 쓰는 것은
유료 작가에게 있어 양손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비유를 하자면, 미국에서 한식당을 차리는데
삼겹살집이 아니라
산낙지회 전문점을 차리는 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인지, 작품의 댓글 중에서도
‘TS물을 선택하니 가시밭길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뉘앙스의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그 댓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문피아에서 TS물을 집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가시밭길이 펼쳐지는 건 분명하지만...
작가님은 그냥 그 가시밭길 위로 날아가고 계시더군요.
TS물? 어쩌라고.
재밌으면 되잖아.
투베 1위했잖아.
15화까지 본 지금, 작품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봤습니다.
1. 그냥 필력이 좋다.
필력이 매끈매끈합니다. 대사가 찰지고, 웹소설의 본질인 ‘재미’를 지어내기 위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놨습니다.
2. TS물같지 않다.
어떻게 하신 건진 모르겠지만, 글에서 TS물의 향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이게 TS물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읽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겠지만, 문피아에서는 이게 장점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전생에 “군필”이었다는 설정과 함께, 중간중간 등장하는 군생활 회상 씬은 3040 남성들 독자들의 몰입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라 할 수 있겠네요.
3. 캐릭터가 잘 짜여졌다.
주인공의 개그가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기도 하고,
또 <<<아이돌에 사실 관심없었지만 알고보니 천재?>>>라는 클리셰도 맛있게 잘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나 천재다!’ 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른 연습생들이 그걸 보고 칭송하는 식이죠.
그리고 그 연습생들은 “예쁜 여자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점도 소소한 포인트라고 보이네요.
이외에도 작품의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잘 잡혀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개 자체도 제 취향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겠습니당.
전업 작가를 꿈꿨으나 실력이 2%가 아니라 20%가 넘게 부족했던 탓에
결국 독자로 돌아가 현생을 살고 있는 한낱 범부인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쓸 실력이 됐다면 전업작가를 했을 텐데.
여튼, TS물을 기피하는 분이라도 이 작품은 아이돌 소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 무료 5회차 정도는 읽어보고 판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인 듯 싶습니다.
TS물이 투베 1위를 먹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해서
추천글을 오랜만에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