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소설 플랫폼을 떠돌며 간단하게 읽을만한 소설을 찾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살기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고 괜히 머리쓰면 더 피곤하기만 할때, 무겁고 진중한 소설보단 가볍고 유쾌한 소설을 찾게 되는 게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래서 퉁구스카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도 할케기니아 씰브레이커라는 팬픽 작품 덕분이었습니다. 그것도 마비노기 + 제로의 사역마 팬픽이라고 하니까 별로 무겁지도 않아보이고 흥미롭잖아요?
숙련된 독자 여러분이라면 이쯤에서 ‘알고보니 달랐다, 마냥 가볍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었다’ 같은 내용이 펼쳐질거라 뻔히 예상이 될 겁니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맞지만, 알 거 다 아는 독자끼리 이런 구태의연한 전개는 건너뛰고 제가 생각하는 퉁구스카 작품의 장점을 하나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가볍게 읽고 즐길만한 소설을 찾는 제가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저 스스로가 무겁고 진중한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잘 쓴 글을 못봐서 그런거였더라구요.
진짜 잘 쓴 글은, 그게 무겁든 가볍든 진지하든 유쾌하든 상관없이 그냥 잘 읽히는 거였습니다.
퉁구스카가 고증을 잘한다는 장점은 많은 분들이 언급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다는 겁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다는 게 완벽한 초인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밀레시안인 크로첸은 제외하고.)
그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유치하지 않고, 주위에 휘둘려서 답답하지 않고, 행동원리가 납득이 가니 어색할 일이 없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잘 읽힙니다. 한줄 한줄 꾸역꾸역 읽는 게 아니라 수월하게 그냥 쭉 읽게 됩니다.
그 와중에 사람의 선함과 악함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작가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몰입하다보면 어느샌가 인간찬가를 부르짖게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니 저는 스스로가 이런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퉁구스카의 작품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냥 그동안 이렇게 매력적인 글을 못봤을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요.
이 작품, 흉성의 화신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어린 소년이지만 그럼에도 여간한 어른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합니다.
여기서 인격적으로 성숙하다는 건 무조건 선하게 군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고 주위를 살필 줄 알고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안다는 거죠.
앞서 이 작가의 장점으로 언급했듯, 유치하지 않고 답답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작가가 밝히기로 1부의 키워드가 성장이라고 합니다. 대체 애가 얼마나 성숙해지려는 건지 감도 안오죠.
아직 많은 화수가 올라온 것도 아니기에 간단하게 제가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는 가장 큰 이유 하나만 밝혔지만, 분명 여러분도 이 작품을 본다면 각자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처럼 그냥 잘 쓴 글을 보고싶었던 걸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