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수준 높은 소설을 찾아서 추천글 써봅니다.
요즘 아카데미물이 워낙 많아서 제목만 보고 그냥 넘길 뻔했습니다.
그런데 설정이 좀 독합니다. ㅋㅋ
이 나라에서는 기억이 돈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아픈 기억을 팔아 오늘 하루를 버티고, 부자는 남의 경험과 재능을 사서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없는 사람은 과거까지 내다 팔고, 가진 사람은 남의 인생까지 집어삼키는 세상인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 유안은 이 나라의 질서를 정면으로 깨는 존재입니다.
팔아버린 기억이 절대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잊어야 굴러가는 나라에서, 혼자만 절대 잊지 않는 인간이 나타난 셈이지요.
유안은 사라진 오빠를 찾기 위해 명문 아카데미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오빠의 흔적을 쫓을수록 사건의 크기가 점점 커집니다.
오빠는 대체 무엇을 봤기에 사라졌는가.
유안은 왜 기억을 잊지 못하는가.
아르카는 천 년 동안 무엇을 감춰왔는가.
개인의 실종 사건이 주인공의 비밀을 거쳐 국가 전체의 진실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기억력 좋은 주인공이 무쌍 찍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 자체가 권력인 세상에 ‘절대 잊지 않는 사람’을 던져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주인공 아카데미물에 역하렘 요소가 있어 취향은 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설정형 판타지, 음모와 떡밥,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찍먹해볼 만합니다.
작가님, 판은 크게 벌이셨으니 이제 떡밥 회수까지 책임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