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가의 작품은 연중된 동탄헌터만 보았었다.
동탄헌터는 익숙한 한국의 배경에 크툴루를 더하고 평범한 인간군상을 더한 매력적인 다크판타지 작품이었다.
대리만족이 핵심인 장르문학 특성상 크툴루 세계관에 걸맞는 먼치킨 주인공이었지만 인간성이 마모되어가는 묘사가 나름 리얼해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연중이 되어버렸다.
그 뒤 나온 이번 작품 사나운 달이 되어버렸다는 전작과는 다른 느낌이다.
쓰고 싶었던 내용을 쓴 것 같은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이 보여진다.
몸도 마음도 틀딱을 넘어선 화석 그 자체인 주인공이 어반판타지풍의 현대 한국에서 적당한 먼치킨으로 살아가는 배경설정,
거기에 적당히 인기있을만한 다양한 설정의 주변 여캐들
아무리봐도 mz부터 틀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대리만족을 대놓고 노린 설정이 가득함이 느껴진다.
글 안의 내용도 틀딱으로 mz를 공략하고 있고 글 밖에서도 틀딱으로 mz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설정과 글이 따로놀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각종 서브컬쳐, 신화, 판타지, 무협 등의 설정에 빠삭해 보인다.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비현실적인 작품의 배경설정을 설득력있게 잘 꾸며낸다.
전직 무도관 관장답게 무술 묘사도 멋지게 잘 하고 극한 상황에서의 리얼한 심리묘사도 수준급이다.
이렇게 글을 잘 씀에도 불구하고 현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인물들은 대부분 평면적이고 가벼운데 묘사는 진중하다.
특히 여캐는 너무 전형적이다. 다양한 개성의 여캐 하렘을 구축하려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겠지만 아쉽다.
배경설정은 월야환담 시리즈처럼 광기가 느껴지도록 구성했는데 막상 안에서 살고있는 인물들은 너무 현실적이고 무겁다.
극화체의 그림체로 소년만화를 그리려한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작가의 내공은 충분히 명작을 써낼 수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아쉽다.
가장으로서 팔리는 글을 써야 하는 그 무게를 내가 알지는 못하겠지만 일개 독자로서는 아쉽기만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작가의 글솜씨가 탄탄하고 배경설정 구성에 고심한 흔적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작가의 진가가 드러나리라 믿고 꾸준히 읽어보고자 한다.
회빙환 유행을 지나 로또물 이혼물로 틀딱 대리만족 작품들이 점령한 문피아에서 가끔 나타나는 진흙 속의 진주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