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을 쓰지 않는데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한번 적어봅니다.
제목은 〈회귀한 김대리는 속마음이 들린다〉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예상되는 내용이 있으실겁니다. 회사에서 잘린 직장인이 회귀하고, 남의 속마음까지 들리니 회사에서 무쌍 찍고 미래 정보로 돈 벌고 그런 이야기... 실제로 그런 요소가 없지는 않습니다.
1~2화의 문피아 클리셰가 조금 걸림돌입니다만 이건 가뿐히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주인공은 전생에서 나름 열심히 산 사람입니다. 회사 어려우면 참고, 가족 먹여 살리려고 일하고, 자기 몫을 양보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은 꽤 괜찮게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고 나서야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회귀한 다음부터의 소소한 재미는 이런 부분입니다.
미래의 주가를 외워서 떼돈부터 버는 게 아니라,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을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자기를 도와줬던 상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후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가족은 자기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하나씩 새로 알게 됩니다.
제목처럼 속마음이 들리는 능력도 있지만 이것도 생각보다 만능은 아닌 느낌입니다. 외국어에는 반응이 불가능하군요.
또,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었다고 바로 이용하거나 약점을 잡는 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 마음을 워낙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 이제야 눈치를 배우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이 28년 동안 무역·영업 일을 했던 사람이라 회귀했다고 갑자기 천재가 됐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거래처 찾고, 샘플 받고, 공급업체 알아보고, 단가 맞추고, 직접 공장 가서 생산설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공급처를 찾습니다. 원재료 기반 제품 이야기도 나오고 해외출장과 신규 거래처 이야기도 이어지는데, 너무 전문적으로 파고들지는 않아서 읽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영업하는 사람이 실제로 이런 식으로 거래를 만드는구나 하는 현실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혼자 다 해먹지 않고, 후배가 잘한 건 후배 실적으로 챙겨주고, 일 잘하는 사람은 끌어주고, 전생에 제대로 몰랐던 사람들의 장점도 다시 발견합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이다가 아주 강하지는 않아도, 읽는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시 만난 부모님과 동생을 챙기는 장면들이 있는데, 전생에 놓쳤던 시간이라는 걸 주인공이 알고 있어서 그런지 과하지 않게 뭉클한 부분도 있습니다.
히로인이 꽤 빨리 등장하는데, 이 점은 읽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네요.
이 소설은 회귀해서 성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 번 인생을 잘못 살아봤다고 생각한 사람이 이번에는 사람도 좀 보고, 가족도 챙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찾아가면서 다시 살아보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강한 복수물이나 재벌물처럼 팍팍 터지는 사이다보다는 슴슴한 평냉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작가님 전작을 봤을 때 앞으로 함흥냉면이나 불닭볶음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직업물 좋아하시거나, 중년 직장인이 경험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회귀물,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살아 있는 작품 좋아하시면 한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목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것이, 오히려 평생 남의 마음을 잘 모르고 살던 사람이 이제야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읽혀서 좋습니다.
추천합니다.